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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 - 1 가기로 결심하다 -------------------- 심리상담을 끝내고 이제 기운 좀 내볼까 하는 찰나에 배아픈 날이 시작했다. 그동안 겪었던 생리통 중에 가장 아팠다. 집에 오면 누워만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돈은 벌어야하니 일은 하러 나갔다. 생리통이 나아질 쯤 되어 집을 치워보려고 하는데 정신이 멍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냥 이렇게 어질러진 방이 원래 모습처럼 보였다. 그리고 농사를 시작한지 3년 만에 처음으로 밭에 가기 싫다라고 느꼈다. 그동안은 아파서 못 갈때도 밭이 괜찮을지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이 들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이 시키지 않아도 해오던 것이 농사였는데, 이걸 싫다라고 생각이 드니 내 상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혼자 어떻게든 무기력과 우울을 이기기 위해 머리도.. 더보기
+ 2020.07.26 7/6 심리상담 5회차를 마치며 어렵게 상담소를 찾아 다니게 된지도 5회차. 한달이 지났다. 2회차 까지만 해도 상담사에게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았다. 마스크를 써서 더 그런지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것 때문에 불안했다. 그리고 나를 불쌍하게 여기거나 어이없어 하거나 '이런걸로 고민하고 있냐'고 할 것 같은 느낌에 불편했다. 이부분을 나중에 솔직하게 이야기했더니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런건 신경 안써도 된다'라고 해서 그 이후로는 생각을 덜 하게 된 것 같다. 2회차까지는 나의 상황이나 주변과의 관계를 물어봤다. 하지만 정말 듣기만 해서 한발자국이라도 나아지거나 실타래를 푸는 실마리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런 부분도 3회차 시작할때 이야기를 했다. 그 이후에는 서.. 더보기
2020.07.17 6/8 심리상담 1회차 상담을 처음 받으러 장소로 찾아갔다. 신청했을때 보다는 마음상태가 좋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뭔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어떤 마음으로 가야하는지 헷갈리기도 했다. 상담실에 도착하니 응답지를 먼저 작성하라고 해서 쓰고 있는데 학력과 가족관계를 쓰는 부분이 어색했다. 이런 것 까지 필요하나 싶었지만 아예 관계 없진 않으니 다 적기는 했다. 작성 중에 상담시간이 되어서 선생님을 만나러 들어갔다. 상담실의 첫인상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도시전경 이었다. 선생님은 사진 보다 짧은 머리였는데 마스크를 하고 있어 표정이나 반응을 잘 알수 없어서 아쉬웠다. 코로나가 풍경을 바꾸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사람 대 사람 상담에서 마스크라니, 차라리 중간에 투명유리라도 설치해서 얼굴이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 더보기
2020.06.19 아침에 눈을 뜨니 7시. 역시나 이 시간에 밭에 가 있겠다는 목표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날이 흐려서 지금 나가도 괜찮겠다라고 생각했다. 밭에 갈 준비를 하고 마지막으로 어항을 살피는데 할아버지 구피가 죽어 있다. 2년 전 겨울, 멈춰버린 온도계로 때죽음을 당했던 사건 속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개체 였다. '제대로 된 이별'로 인사를 했다. 밭으로 가니 논에 오리 두 마리가 걸어다닌다. 음악을 들으며 밭관리를 했다. 캘리포니아 양귀비 무리도 한창 피어나고 오르레아도 꽃망물이 맺혔다. 다음주에 필 것 같다. 애호박과 토마토도 익어간다. 풀들의 자라는 속도도 느려졌다. 땀이 나다가도 가끔 불어보는 산바람이 시원했다. 오늘도 앵두를 따 왔다. 잎채소 수확을 잔뜩 했는데 버스에 .. 더보기
김윤아 - 봄이 오면 cover (25현 가야금) 25 strings gayageum, background vocals by Noella 부족하지만 내 삶을 지탱해준 수많은 음악들과 아티스트에게 존경을 표하며. 더보기
2020.05.09 비오는 날 짐을 한가득 들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잘 안되니까 '아, 00 싶다' 라는 말이 툭, 떨어졌다. 최근에 쌓였던 것들이 방금 한계점을 넘으면서 나오는 소리 였다. 말의 힘은 강력한 걸 알기에 최대한 부정적인 단어를 입밖으로 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 말을 내뱉고 우울해질까 걱정했는데 이내 헛웃음이 나왔다. '힘드네. 고생이 많다' 라고 자답을 했다. 마치 나를 3자로 바라보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가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남들을 통해 말한다. '힘내세요. 수고 많으셨어요. 화이팅. 열심히 한거 알아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대단해요. 잘됐으면 좋겠어요. 아프지 말아요' 이런 말을 하면 나에게도 응원이 된다. 혼자라고 생각 들더라도 나를 바라보는 나와 대화를 하면 그런 마음은 조금은 누그러든.. 더보기
2020-04 농사일지 4/4 해뜨기 전엔 추움 ㄱ구역 보리싹이 꽤 올라왔다! 4번밭 땅 만들기 마무리 하기. 땅엎고 바로 만들지 않으면 땅이 말라서 정리하는데 더 시간이 걸림. 밭정리하다 나온 월동한 치커리, 부추 옮기고 다른밭의 선인장, 방아 등을 얻어와 심음. 5번밭 만들기. 왼쪽 라인에도 보리 씨앗 뿌림. 밥 먹고 다음주 심을 콩 정리하고 헤어짐. 생각보다 늦게 마침. 그리고 몸살 걸림 4/6 모종 물주기 당번. 감자밭의 보리도 싹이 나왔다. 보리 물을 주고 남은 재를 3번밭으로 옮겼다. 콤포스트 만들 계획을 세움. 4/13 모종 물주기 당번. 4/14 바람이 강함 콩 지주대 계획후 세움. 강낭콩과 호랑강낭콩 등등 심기. 강낭콩 가운데로 옮김. 5번 밭에 차조기와 들깨, 꽃씨 뿌림. 콤포스트 만들어 설치. 산에서 나무 .. 더보기
2020.04.07 쉬는 날에 유투브나 보며 뒹굴기만 하면서, 왜 밭에 대해서는 표까지 만들면서 계획세우고 매번 몸살 날때까지 밭일 하다 오는 건지 궁금하다. 출근 할때는 알람을 30분 동안이나 듣고 겨우 일어나면서도, 왜 밭에 가는 날이면 새벽에 눈이 떠지는지 궁금하다. 문득 내가 아는 것은 오히려 일부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르는 내가 있어서 무의식 속에서 움직이는 지도 모른다. 지금 알고 있다고 하는 '나'는 과거의 행동과 모습들을 종합해서 내린 형태일 수도 있다. 만약 지금에서 변할 수 있다면 그런 과거의 모습이 오히려 제약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의식이 하고픈 대로 지켜보면서도 현실감각을 놓치지 않도록 신경해야지. 고양이를 살피고 케어하는 것처럼 '나'를 돌봐야 겠다. 또 밭에 가고 싶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