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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yourself

+ 2020.07.26

7/6 심리상담 5회차를 마치며

 

어렵게 상담소를 찾아 다니게 된지도 5회차. 한달이 지났다. 2회차 까지만 해도 상담사에게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았다. 마스크를 써서 더 그런지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것 때문에 불안했다. 그리고 나를 불쌍하게 여기거나 어이없어 하거나 '이런걸로 고민하고 있냐'고 할 것 같은 느낌에 불편했다. 이부분을 나중에 솔직하게 이야기했더니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런건 신경 안써도 된다'라고 해서 그 이후로는 생각을 덜 하게 된 것 같다.

2회차까지는 나의 상황이나 주변과의 관계를 물어봤다. 하지만 정말 듣기만 해서 한발자국이라도 나아지거나 실타래를 푸는 실마리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런 부분도 3회차 시작할때 이야기를 했다. 그 이후에는 서로 상담하고자 하는 포커스를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상담사를 믿는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한편으론 어떤 말을 해도 의심하지 않고 순수히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이 이상하고 묘했다. 우리는 어떠한 관계일까.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솔직히 말해도 다 받아주는 사람. 이런 사람은 처음 만나본다. 아니면 그동안 쌓아두기만해서 정말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상대를 찾지 못하다가 여기서 터트리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3일차를 마칠때 본인의 연대기를 써오라고 해서 엑셀로 정리를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은근히 재밌었다. 내용이 재밌었다라기 보단 머리속의 빈칸을 채우고 아는대로 쓰는게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었다. 어느 년도 몇 살에 무얼 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써보는 건 의미가 있었다. 항상 이력서용으로 졸업 연도만 외우고 있었는데 그 사이 있었던 개인적인 일들을 채우니 삶의 이력서를 작성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줄거리를 잘 아는 오래된 책을 더듬어서 말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다 쓴 다음에 전체적으로 훝어보니 대상이 나라는 점을 떠나서 불쌍하고 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관련 심리검사를 하면 좀 더 내면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 수가 있다는데 전문적인 만큼 비용이 부담스러워 상대적으로 저렴한 검사를 하기로 했는데 집에서 2-3시간동안 작성해야 하는 분량이었다. 일반적인 항목체크도 있었지만 빈칸을 채워서 문장을 만드는 항목이 재밌었다. 예를 들어 '언젠가 나는 _____'라는 항목에 '죽겠지 :)'라고 스마일까지 그렸다. 검사용지를 제출한 날은 간단한 그림 검사를 했다. 그 중 여자와 남자를 그린 후 그들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는데, 그들은 내가 원하거나 동경하는 형상으로 그렸다는 걸 대답 중에 눈치챌 수 있었다. 내가 이 여자처럼 살고 이런 남자를 만났으면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다시 한 주가 지나 이제 결과를 듣는 줄 알았는데 검사결과 전 궁금한 점이 있다면서 거기에 대해 묻고 답하는 걸로 5회차를 마무리했다. 다음주는 제발 검사결과가 어떻는지 듣고싶다. 

 

6회차

드디어 검사결과를 들었다. 다른 말들도 있지만 불안이 굉장히 심하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걱정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 불안이었구나 라고 느꼈다. 그리고 내가 먼저 박시장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제도적으로 박시장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저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실종되고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하루종일 기분이 너무 안좋았다. 너무 답답해서 그날 시청 앞에 가보기도 했다. 분향소를 차리기 전이라 문 닫힌 시청과 방송국 차, 국화 박스만 있을 뿐 잔디밭에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는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날씨마저 더럽게 좋아서 짜증났다. 사회적으로 공헌도가 높다고 평가되지만 인간성은 결여된 사람. 그래서 감정이입이 강하게 작용했다. 정작 죽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용기내서 이야기 했더니 사회적 죽음과 동시에 진짜 죽음을 택했다. 만약 나도 목소리를 냈다면 그 인간도 그랬을까. 


7회차

상담 기간 중에 몇몇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가 되었다. 상담의 성과라고 한다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낸 것 보다 내 감정과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좀 더 솔직하게 말하게 된 점 이다. 7회차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가긴 했지만 상담 중에 일어난 해프닝에 울면서 느낀 것은 '상담사도 결국 타인이고 모든것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이다. 결국 나는 내가 이해해줘야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이제서야 Love yourself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느낌이다. 지금의 내가 할 일은 과거를 딛고 현재를 살아내는 일이다.

감정을 참으면 그 고통(사건)은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은 감정이 트라우마로 남아 무기력이 지배하게 된다. 아직도 무기력에 삶이 실증나긴 마찬가지만, 이런 기록을 남김으로써 감정을 여기서나마 표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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