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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yourself

2020.08 - 1

가기로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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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을 끝내고 이제 기운 좀 내볼까 하는 찰나에 배아픈 날이 시작했다. 그동안 겪었던 생리통 중에 가장 아팠다. 집에 오면 누워만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돈은 벌어야하니 일은 하러 나갔다. 생리통이 나아질 쯤 되어 집을 치워보려고 하는데 정신이 멍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냥 이렇게 어질러진 방이 원래 모습처럼 보였다. 그리고 농사를 시작한지 3년 만에 처음으로 밭에 가기 싫다라고 느꼈다. 그동안은 아파서 못 갈때도 밭이 괜찮을지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이 들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이 시키지 않아도 해오던 것이 농사였는데, 이걸 싫다라고 생각이 드니 내 상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혼자 어떻게든 무기력과 우울을 이기기 위해 머리도 자르고, 사람도 만나고, 길게 산책도 하고 심리학 책도 읽어보았지만, 다 소용이 없었다. 지난번의 심리상담으로 과거 사건들의 감정들을 정리할 수 있었지만 지금 상태를 완화시키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무기력이 더 심해졌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하지? 이런 때에는 정신과를 가야하나?'하고 유투브에서 본 정신과전문의의 영상이 떠올랐다. 아는 병원이 없기에 우선 인터넷에서 찾아 보았지만 '정신과'라는 이름 때문에 검색이 쉽지 않았다. 정신적 아픔을 토로하는 글은 많지만 정신과 라는 단어에서 오는 부정적 시선 때문인지 추천 글을 찾기 어려웠다. 스스로 검색하는 과정에서도 내가 갈때까지 갔고 이런 것까지 찾는구나 라고 자괴감도 들었다.

그러다 어느 익명 커뮤니티에서 서로 정신과를 추천해주는 글을 발견하였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자신이 다니거나 다녔던 병원을 추천하며 꼭 낫기를 바란다고 남겨놓은 댓글이 최근 보았던 어떤 글들보다 따뜻했다. 덕분에 집에서 멀지않고 잘 해준다는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전화해서 물어보니 예약은 받지않고 직접 접수 후 대기해서 진료를 받는다고 했다. 월요일 오전에 가기로 하로 전화를 끊었다. 병원을 가야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떨렸다. 가지말까? 혼자 너무 확대해석해서 가는건 아닐까? 가도 괜찮을까? 라는 의문이 전날까지 들었지만 지금 상태에서 병원마져 가지 않으면 내가 더 망가질 것 같아서 용기내서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잠에 들기 전까지 밤이 너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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