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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7-

9,10월 에세이

모든 것이 정점이고 가장 활발한, 그리고 냉정해진 시기-


8월부터 김장밭 공동체를 시작하였다. 배추보다는 무를 키우고 싶어서 참가하였는데, 공동체에 참여하는 유쾌한 분들 덕분에 농사가 더욱 즐거워졌다. 함께하면 힘든 일도 놀이가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배추와 무를 심고도 여유가 많아서 쪽파와 청갓, 콜라비를 심었다. 유기농이다보니 고라니와 두더지가 밭에 자주 방문하는데 피할수는 없을 것 같다. 콩보다 작은 씨앗이 자라서 얼굴만한 무나 배추가 되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흙 속의 요정 들이 각각의 씨앗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영양분을 주는 걸까? 농사는 하면 할수록 신기하고 재밌고, 어렵다. 겨울동안 공부를 많이 해야 겠다.

그래도, 조금씩은 자급이 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전에는 밭의 수확물을 잘 활용하지 못해서 냉장고에만 두다가 결국 버려졌다. 오히려 늘어나는 음식쓰레기를 보며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무더운 한여름이 지나  살림이 가능해지자마자, 작물을 말리거나 술지게미로 절이거나 데쳐서 바로바로 먹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식품 저장에 대한 관심도 생겨나기 시작하여 여러가지를 해보게 되었다. 뭔가 순서가 거꾸로 된 것 같지만 의미는 같다. 맛있게 잘, 빠르게 혹은 오래 먹기.


최근 수확한 생강을 아는 분과 함께 진저시럽으로 만들었다. 2명이서 5일 동안 1년치 저장량의 식품을 만들었다. 왠지 서양식 김장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김장의 의미가 이런 것이었구나 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겨울은 항상 춥고 몸이 아픈 계절이었는데, 저장식품을 만들기에는 좋은 시기이다. 조금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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