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에세이의 마지막 문장에 적었던 이야기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런저런 기대에 둥실둥실 떠있는 상태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차라리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나았을까. 극단적인 생각이 덮쳐왔고 다시 고립되는 느낌이었다. 그런 시기에 제주도와 일본을 가는 일정이 일주일 간격으로 있었다. 이미 몇개월 전에 잡힌 일정이라 취소할 수도 없었다. 이런 상태로 어딜 간다는게 괜찮을까 걱정도 하였지만 다행이 일정은 잘 마치고 돌아왔고, 조금은 용기를 얻는 계기도 있었다. 제주도는 귤농사를 하는 농부댁에 갔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9시쯤부터 일을 시작했다. 제주도의 아침 햇살은 생각보다 강했다. 과수는 밭농사와 달리 다년으로 자란 나무를 계속 돌봐주고 관리하는 일이었다. 특히 꽃관리가 중요해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았다. 유기농 무농약 재배를 하고 있어 직접 천연재료를 섞은 액비 1000L를 만드시는걸 보며, 여기에 비하면 내가 하는 밭농사는 소인국의 나라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설프게 농사를 하고 있다고 다른 지역의 농부님과 이야기가 통하는 것이 신기했다. 경쟁의 느낌보다 서로의 노고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느낌이었다. 조금은 농사를 하길 잘했다 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작은 일 만들기 중 하나인 ‘노엘라 하우스’의 계획을 변경하였다. 처음에는 졸업식때 발표했던 것 처럼 커뮤니티 카페와 워크숍 등과 같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시작하려고 생각했는데, 정신없이 분주하게 하면서 당장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운영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집'인데 나 답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가자라고 정하게 되었다. 올해는 조금 느슨한 영업으로, 오히려 초대의 느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래서 노엘라 하우스의 ‘오픈’이 아닌 ‘시작’으로, 노엘라 스럽게 만들어 보려한다.
다행스럽게도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불안하기는 언제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그 불안이 느껴지지 않도록 바쁘게 움직이려고 한다. 중요한 것에 도망치면서 다른 곳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정확하게 보면서 조금씩 풀어나가고 주위를 살펴보는 식으로, 어쩌면 꽃을 가꾸는 방법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비전화공방에 있으면서 알게된 대화의 방법이다. 정말 나를 들었다놨다 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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