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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7-

비전화공방 2018. 1월 에세이

한 달의 방학 기간 중 싱가폴로 여행을 다녀왔다. 1년 간의 생활이 삶 속에 들어와서 인지, 다른 시선으로 느꼈던 점들이 있어 공유 한다.


1.농사

-싱가폴의 모든 토지는 국가 소유의 땅이기 때문에 개인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싱가폴은 지하철, 철도, 관광 등의 도시 계획이 우선시 되고 있다) 낙농업, 가축업도 없다. 기본적으로 물과 계란 이외에는 모든 식료품은 수입으로 유지되고 있다. 현지인의 말로는 최근 약간의 잎채소들은 재배하는 듯하나 자세히 알수 없다고 한다. 보타닉 가든 부근에 도시농업을 표방하는 카페가 있었으나, 부유층 지역의 여유있는 사람을 위한 취미 활동 수준 이었다.

 

-집에서 화분을 키우면 사계절이 여름이라 벌레가 굉장히 많이 생긴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싱가폴은 비가 굉장히 자주 오고 햇빛이 강하다. 그래서 물과 햇빛에 강한 식물들이 잘 자란다. 특히 연꽃은 연중 개화 한다. 계절이 하나만 있는 싱가폴의 나무와 꽃은 성장이 멈추는 시기가 없어 끝도 없이 자란다. 그래서 가로수 가지치기, 잡초뽑기가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벌레퇴치를 위한 방충 작업도 마찬가지이다. 주택가에서는 고인물을 만들면 벌금을 낸다. 모기 유충이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서 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내 땅을 가지고(임매든 본인소유든) 농사를 짓는다는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책임감이 느껴진다.


2.  가죽 공방

현지인 소개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죽공방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가게는 젊은 사람과 관광객에게 인기있는 아랍스트리트 부근에 있었다. 건물 골목과 개인 상점들이 늘어선 분위기가 하라주쿠 같기도 했다. 어느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공방은 생각보다 넓었는데, 이 곳에서 만든 작품의 전시 공간과 제품을 만드는 작업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물건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하고 편리한, 소비가 일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에서, 자신이 만들어 물건을 쓰는 작업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걸까?

아무튼 비용을 지불하고 만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인 나도 즐겁게 만들 수 있었고 주변의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 무언가를 오래 집중하게 하는 작업은 왠지 그립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다. 덕분에 가죽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알고 장인 손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 작업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사장님은 한국에서 1년 반 정도 가죽공방에서 배운 뒤 이 곳에서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대기업 직원이었다가 그만둔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가죽공예를 이어서 배우고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급용보다는 선물용으로 고급스럽고 정성스러울 것 같다.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도 싱가폴 사람들이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3. 커뮤니티 카페
졸업 비지니스로 커뮤니티 카페를 준비하던 중이었기에 혹시나 싶어 싱가폴에도 있는지 검색을 해보았더니, 작년 10월에 커뮤니티 카페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해당 카페의 리뷰글을 읽어보고 영업시간(금 9-12시)에 맞춰 가려고 했는데, 숙소에서는 먼 거리에 시간도 너무 일러서, 영업시간 후에 밖에서 모습이라도 봐야지 하고 오후 2시쯤 방문하게 되었다. 우선 커뮤니티 카페 주변은 HDB(국가에서 국민들을 위해 지은 아파트)로 돌러싸인 전형적인 주거단지 이었으며, 카페 자체도 HDB 1층에 있는 가게 였다. 영업시간이 지나서 간거라 문이 닫혀 있을 줄 알았는데 문이 열려 있길래 놀라서 보니, 원래 PEACH YOUTH CENTER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그 중 특별히 금요일 지정 시간에만 커뮤티니 카페로 운영하는 듯 했다. 안에는 구피 어항이 있고 책들과 주방, 이야기 나누는 여러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설립자가 의사 인걸로 봐서 복지 센터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싱가폴의 노인 인구도 어마어마하니 일본을 벤치마킹하여 지정 요일로 운영 하는 듯 했다.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개인이 아닌 복지단체에서 운영을 하고 있으니 잘 되고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덕분에 많은 아이디어와 생각을 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4. 전통 문화
자세히 말하면 중국 전통 문화에 대한 이야기 이다. 숙소가 차이나타운에 있어서 여행 기간 동안 화교들의 일상과 문화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았다. 우선 엄청난 종류와 갯수의 중국 요리집이 압권 이었다. 가게가 크든 작든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자신이 만드는 음식에 긍지를 가지며 영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단연 인상깊은 음식점은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소야소스치킨 가게였다. 로컬푸드마켓에 위치한 수십개의 가게 중 하나지만, 수십년의 노하우로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며 자국 음식에 대한 자긍심, 그리고 성실함에 놀랐다. 저렇게 숨은 거인 들이 모여 지금의 화교 문화를 이룬 걸까? 

다른 부분에서는 과하다 할 정도로 중국 자국 문화를 드러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부끄럽거나 오래되지 않은, 언제나 '현재'로써 존재하는 전통. 집과 거리, 시내를 전통으로 꾸며도 동떨어지지 않고 자연스레 어우러지고 서로 존중해주는 문화.. 물론 먹거리와 종교에 치우치긴 했지만 그런 기본 요소가 잘 되어 있으니 다른 것도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이 아닌 '같은 범위'로 있는 것이 부러웠다. 한국의 전통 의식주, 음악, 문화도 서로 따로 놀지 않고 관철되는 곳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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