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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7-

비전화공방 10월 에세이

이번달 초 강상중 저자가 내한하여 신간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있다면 ‘이전의 상품경제는 화폐중심경제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앞으로는 화폐로 환전하지 못하는 경제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했다. 돈보다 사회 관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의 경제가 다가올 것 이라는 뜻이었다. 지금 수행하고 있는 비전화공방의 가르침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교수님이 강조하시는 내용도 나 혼자가 아닌 동료, 모두와 같이 즐겁고 좋은 일로 돈을 버는 3만엔 비지니스의 정신이다. 일본의 사례들을 듣고 신기하고 대단해서 우리가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분되었지만, 한국 실정에 적용시키는 것이 결코 쉬는 일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3만엔 비지니스의 연장으로 마르쉐 출품을 정하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당시에 재밌을 것 같은 품목을 보고 정하라는 말에 그 말만 믿고 정했던 것이 지금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재밌을 것 같은' 이라는 말 안에 ‘그만큼 책임질 수 있는’ 이라는 뜻이 담겨있다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수님에게 받은 설계도 대신 한국 실정에 맞게 새로이 만들었더니 제작과 디자인까지 책임져야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전체 이미지를 그려야 함에도 디테일에 시간을 소비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즐거움 보다는 어쨌든 완성이나 해보자는 식의 태도가 되어버렸다. 처음의 두근거림에서 점점 냉정한 마음으로 변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에서 힘을 얻는 것은 저마다의 고민에 빠진 제작자들 에서이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에서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 도우며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내게 제일 부족했던, 사회 관계 에서 말이다. 이런 사회관계의 가치가 경제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은 다시 한번 놀랄 일이다. 

이번주부터 시작된 자립프로젝트에서도 그러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앞으로 내가 실제로 일 할 것을 고르는 만큼 재미와 즐거움이 커야겠지만 책임과 현실가능성도 놓치지 않고 신중하게 선택하고 싶다. 

차가워져가는 계절 속에서 식물들도 월동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 하나둘 보인다. 부디 이번에 심은 꽃씨가 내년 봄에 잘 피어날 수 있도록, 내 마음도 얼지않고 봄까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본다. 


10.27 아침에 노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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