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길다고 느낀 것은 그동안 한 일이 많아서도 그렇지만,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전봇대집에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더위를 피해 아지트에서 밥을 먹고, 집에 가기 전에 땀을 식히고 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바람이 차가워지면서 면역이 낮아지지 않도록 아침에 보이차를 마시고 감기를 걱정하며 긴팔을 챙겨입기 시작했다니. 그렇게 매년 찾아 오는 계절을 새삼스러워 하며 시간을 새어보니 공방에 온지도 5개월째가 되었다. 낯설었던 일과는 어느 부분 일상이 되었고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흥미로워 졌다. 그렇다고 ‘적응’되었다고 물어본다면, ‘익숙’해 졌다고 답하고 싶다. 공구에 익숙해지고 공간에 익숙해지며 흐름을 파악했다고 할까. 그 안에 ‘노엘라’가 있을 뿐이다.
이번달의 활동 중 인상깊은 것은 건축과 농사 이다. 고대하던 카페 착공에 돌입하여 목자재를 재단하고 판넬과 지붕을 조립했다. 규모가 규모인 만큼 시간도 많이 들지만 체력 소모가 심했다. 근육과 관절이 아파서 집에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저체온증이 심해질텐데 어떻게 체력을 키워야 하는지 고민이다. 고기반찬에 밥에 버터라도 비벼먹어봐야 겠다.
그렇다보니 힘들땐 자연스레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데, 그게 농사이다. 식물 관심주기에 더 가깝지만 주말에도 나와서 담당작물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덩쿨의 길을 만들어주는 일이 편안하게 만든다. 그렇게 금언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즐겁다.
나를 믿고, 게으르지 말고, 머리 속에 있는 여러가지 폴더들을 수시로 펼쳐보면서 가야 할때.
보름달 뜬 목요일 새벽, 노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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