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요약 (의역 있음)
사회자: 자본주의는 풍요로워 보이지만 삶은 오히려 힘들어졌다. 우리는 고민의 연속에서 살고 있다.
'일'이라는 것에 관련하여, 현재의 경력 사회 속에서 책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된 계기는? '역경'과 '일'을 왜 생각해야 하는가? (원제는 '역경 속에서의 시코토학逆境からの仕事学'이다)
강상중: 한국의 젊은이들은 여유가 없다. 과로사가 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이 가진 가정환경, 위치, 학력, 강남과 강북에 따라 자신의 캐리어가 결정되고 있다. 내가 대학을 다닐때만해도 1/10이 대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둘 중 하나가 대학생이다. 그들은 치열한 경쟁율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자신을 죽이고 일하게 되어 과로사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일이라는 것은 1차적 의미로 '급여를 받는 노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만나 본 재일교포 1세 할머니는 '강도와 매춘 이외의 일은 다 해봤다'라고 했다. 그 분에게 일은 단순히 급여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 부양을 위한 희생이었다. 이전의 상품경제는 화폐중심경제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앞으로는 화폐로 환전하지 못하는 경제가 늘어날 것이다. 임금보다 사회관계를 살찌우는 직업을 선택하는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 나의 아내는 작은 농사를 하는데 주변 사람들과 밭작물을 서로 나눈다. 그래서 농작물 값이 올라도 사회관계자본(주변사람들)을 믿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 (웃음)
사회자: 하지만 이렇게 바쁘고 힘든 시대에 인문학이라니, 괜찮을까?
강상중: 내가 말하는 인문학은 앨리트 교양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문」이란 단어를 생각해 보자. A.I와 알파고가 등장하는 최첨단 기술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상징, 화폐화 되지 않지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인문학의 테마이다.
최근 일본에서 끔찍한 살인이 있었다. 장애인 시설 전 직원이었던 남성이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그는 '일도 안하고, 사회에 부담주는 장애인들이 없어지면 오히려 그들의 부모도 편하지 않냐'라고 말했다. 일종의 대리 살인 이다. 오히려 이러한 생각에 동조하는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퍼졌다. 이 사건을 보면서 '인간을 어떻게 봐야 할것인가? 도움 없이 못하는 사람들도 사람 인가?' 라고 생각해 봐야 한다. 옛날에는 종교가 이러한 대답과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격차, 사회의 부의 재분배, 경제능력이 없는 어르신과 경제활동 중인 경제세대, 경제활동 이전의 청년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아야 하는가 생각해야 한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사람 인가? 등)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일본은 원자력에 대해 포기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외국에 그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반면 독일에서는 일본의 원전 사고 후 원전을 2개 폐쇄했다. 그 결정의 이유가 인문학 이다. 독일 총리가 원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위원회를 2개 구성했는데 하나는 원자력 기술 전문 위원, 또하나는 시민, 철학자, 환경단체로 이루어진 사회윤리 위원 이었다. 그리고 사회윤리 위원의 의견으로 최종 폐로(원전 폐쇄)하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한 판단을 우선 한 것이다.
'비극은 최고의 희극'이라고 말한다. 큰 비극을 닥치고 나서야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직면하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 세월호가 그렇다. 윤리, 도덕, 사회, 정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를 눈에 넣어서 봐야 한다. 그래서 인문학이 중요하다.
사회자: 영상 중심의 강의가 일반화 되는 요즘, 책 중심의 교육은 요즘 교육에서 시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책, 독서라는 미디어는 어떤 의미가 있나?
강상중 : 「문자와 인간」 관계는 지속되리라고 생각한다. '여행의 도중'이라는 책에는 이런 글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만난 것들의 일부분 이다'. 말 그대로 나는 나와 만난 관계들의 일부분이 아니겠는가. 책 또한 마찬가지 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수십, 수백년 전의 사람과 만난다. 어느 때는 살아있는 사람과의 관계보다 더 많은 것을 얻기도 한다. 왜 시간을 내어서 미술관을 가는가?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재귀능력, 즉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적 힘을 키우고 자신과의 거리를 두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실로 문자를 가지고 못가지고의 차이는 엄청나다. 문자를 통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이다. 인터넷의 정보는 Flow(흐름)으로 지나가 버리는 반면, 책은 Stock(쌓임)이 된다.
사회자: 저자가 추천하는 책 속에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가 있어서 매우 놀랍다. 그 책은 인간을 자원으로 보는 경영학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을 권하신 이유? 혹은 우리는 이때까지 피터를 잘못 알고 있었나?
강상중: 일본에서는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그는 유명하다. 사람들이 지금의 역경을 나름대로 이겨내고자 어려운 전문 서적까지 읽다보니 서점에 가도 이런 책들이 일반 도서 코너에 배치되고 있다. 세계를 움직이는 생각들은 동유럽 출신 유대인의 생각에서 비롯되고 있다. 나치의 전체주의 등에 반감을 가지며 열린 생각과 다양성이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모든 조직은 사회의 니즈Needs에 응답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라고 피터는 말한다. 그렇게 보면 이윤과 사내 축적을 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피터의 입장에서는 실패 한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영국의 브랙시트, 프랑스와 독일의 극우정당 등 전세계적으로 극우파들이 설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사회가 열화(劣化?) 되었기 때문이다. 개인 보다 사회, 국가가 잘되야 한다는 생각, 즉 개인은 죽거나 무시해도 된다는 극단적 흐름으로 가고 있다. 이는 파시즘적 사고 이며 피터가 가장 두려워 하는 부분 이었다.
옛날에는 '나의 불행은 너의 행복,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 라는 말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세월호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사회연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사회자: 각자 자신의 일과 자신의 위치를 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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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회 후 후지무라 교수님의 말을 인용한 개인 질문
나: 책 제목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처럼 지금 사회는 살아간다 라는 말보다 '살아남는다' 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독서를 통해 개인은 스스로 반성하고 성숙해 질수 있지만,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명과 사회의 문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에 대해서 개인은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까요?
강상중: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너무 큰 사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우선 心構え(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러고 작가님 다음 스케쥴이 바쁘셔서 가신 바람에 뒷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래도 바쁜 와중에도 독자에게 진심으로 답해주려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낀다.
비전화공방에서 말하는 '일'과 어느 정도 연장선이라고 생각했고, 그외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좋은 강연 이었다.
작가와의 만남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책의 힘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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