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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7-

비전화공방 6월 에세이

5월까지가 적응의 단계였다면, 6월은 비전화공방에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그전에는 사업팀이 내려준 일만 할 수 있다면, 이번 달 부터는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스스로 움직이며 작업들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했던 것 같다. 일주일 단위로 수행 내용을 정리해보고, 제작자들에게 여러 가지 제안 사항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당귀를 위해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서 그늘막을 만들어 준 후 성장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보며, 노력하고 애정을 준 만큼 당귀는 물론 나도 성장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나로서도 역부족했던 부분은 있기 마련이어서, 특히 목공과 돌가마 부분은 다른 제작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자료를 찾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격차가 있어서 경험이 있는 제작자들에게 배우고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막막했던 가마 내부의 반원형 거푸집을 여러 번 실패 끝에 완성했을 때는 뿌듯함 이상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었다. 

 

수행이란 말은 단어적으로 3가지의 의미가 있는데, 첫째로는 생각하거나 계획한 대로 일을 하는 것과 둘째로는 행실과 학문, 기예 등을 닦는 것, 셋째로는 인내로 정신과 육체를 훈련하는 과정이란 뜻이 있다. 후지무라 교수님이 말하는 수행은 후자 쪽의 의미가 강하겠지만, 여러 의미로 [수행]을 해나가는 것이야말로 여기에서의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농사와 목공, 건축, 음식당번이 육체 훈련이라면, 학습세미나와 번역은 정신의 훈련과정이라고 느꼈다. 특히 이번 달 학습세미나는 지난달의 실용서와는 달리 지그만트 바우만의 인터뷰를 담은 철학서를 다뤄야 하므로 준비과정이 무척 어려웠다. 책을 읽었으니 이해는 가능하지만, 다시 그것을 설명하는 일은 다른 차원의 사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언어로 문장을 재조합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결국 자신의 언어보다 문장의 언어를 대부분 재사용하며 발표할 수밖에 없어서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세미나를 통해 인생의 책을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의 끝은 답이 아닌 질문이라는 것을, 작년에 읽은 에밀 아자르 책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는 빛줄기였다.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에 부족한 점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작업 부분에서 돌아보았을 때는 돌가마의 경우 워크숍이 있기 때문에 그 일정까지 완료되기 위해 어떻게든 진행은 되었지만, 교수님의 말대로 준비가 여유롭지 않았다는 부분에서는 반성하게 되었다. 또한 6월 들어서는 돌가마 이외의 닭장, 컴포스트, 울타리 작업의 진척이 되지 못하고 결국 7월 이후의 작업으로 미뤄지게 된 부분은 아쉽게 다가왔다. 체력적으로는 지난번에 크게 아프고 링거까지 맞았지만, 이번에는 그 단계에 가지 않을 정도의 아슬아슬함으로 체력의 한계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긴장하고 집중을 하고 있을 때는 몸 상태를 모르다가 집에 오면 끙끙거리기 일쑤였다. 혹은 이런 깡이 [살아남기] 위해 고통과 위로를 혼자서 감내하며 버티고 살아온 이때까지의 사회생활의 잔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슬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정작 크게 지켜보지 못한 것은 나 자신이 아니었나 돌아보게 되었다. 

 

확실한 것은, 삶을 바꾸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는 하지만 나의 중심을, 존재 자체를 바꾸러 온 것은 아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미묘한 밸런스를 맞춰가며 제작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관찰하고 노력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달의 일본 비전화공방 연수에서는 어떤 점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지 조용히 기대해 본다. 

 

우리 모두가 [작가]가 될수 있기를 희망하며

 

 

06.25 노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