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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책상 한쪽에는 비전화공방 지원서를 완성하기 위해 출력해 놓은 수정본들이 몇 장 놓여 있다. 보통의 이력서의 경우는 나의 장점을 어떻게 있어 보이게 써야 하는지가 중점인데, 비전화공방은 조금 달랐다. 나의 고민, 문제점, 극복하고 싶은 부분 등 단점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쓰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그런지 면접 발표날까지 불안감으로 초초 했다. 어디에 상담할 곳도 없고 오로지 나의 [용기]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비전화제작자 1기로 시작하고 후지무라 교수님을 만나며 과제를 수행하고 스스로 행동하고 워크숍까지..이 모든 게 한 달 안에 일어났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다. 스케쥴에 맞춰 해치워 나간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그만큼 짧은 시간에 동료와 집중을 했던 것 같다.
한 달을 지내보면서 내 생활에 생긴 변화는 자원이나 에너지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집에서 키우는 물고기의 수조 물을 갈아줄 때 퍼낸 것은 더러운 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버렸었는데, 교수님의 빗물화장실과 우보님의 농사 비료수업을 들으면서 이 물이 변기 물로도 쓸 수 있고, 식물에게 좋은 비료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무척 놀라웠다. 그동안 수조 물갈이는 귀찮고 지겨운 작업이었는데 좀 더 즐겁게 자주 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고, 우리 집에서도 자원이 순환할 수 있는 구조가 있구나 라고 느꼈다. 또 한가지는 집이 서향이라 오후가 되면 더워지는데 이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선풍기를 틀며 시원해지지 않은 집을 투덜거렸지만, 이제는 남향의 시원한 바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다른 곳의 창문을 열어 두게 되었다. 아주 작은 변화이지만 경험을 통해 얻는 깨달음은 무척 크게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비전화공방 생활 중에 나의 미래에 대해 발견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식물을 아끼고 가꾼다는 것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소일 삼아 식물 관찰을 한 것도 그냥 기록을 좋아하는 취미 정도로 생각했는데, 여기에 와서 보니 꽃과 나무에 관심을 주며 자라는 모습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알게 되었다. 노랑꽃창포가 피었을 때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밭작물 담당을 맡을 때도 제일 기운이 없는 당귀를 선택했다. 살려내고 싶은 간절함과 그 과정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밭의 작물이 자라는 만큼 우리도 쑥쑥 자랄 것이다. 서로 열매를 맺는 시기는 다르겠지만, 그 열매가 나 혼자가 아닌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앞으로의 생활도 열심히 잘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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